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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그 섬에 대한 짧은 생각들

Posted 2009.02.26 15:15
어머니는 올해 쉰 하나가 되셨다. 아직 이르신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작년, 쉰이 되시던 해, 중풍이 오셨다. 그래도 젊으신 편이라 다행스럽게도 거동에 큰 지장은 없으시다. 아버지의 기지 덕분에, 그리고 큰 병원이 가까이 있어서 일찍 조치를 해서 그런지 아직 큰 후유증 없이 생활하고 계신다.

어머니의 고향은 남해의 섬, 추자도이다. 연세 지긋하신 아저씨들에게는 환상의 낚시 섬으로도 유명하고, 추자산 멸치나 삼치 등은 우리 삭탁에도 종종 올라오곤 한다.


다음 스카이뷰로 본 추자도의 전경. 사실 어머니의 고향을 자세히 들여다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머니께서 13세가 되실 때까지 사셨다는 섬. 추자도. 언젠가는 나도 한번은 가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께 그런 이야기를 해 보지만 고향이란 곳이 그러하겠지만 쉽게 여행을 가듯이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말씀을 하신다. 찾아뵈어야 할 어른들도 많이 계시고, 빈 손으로 여행 다녀오듯 갈 수는 없기에 하시는 말씀이다.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추자도는 참 애매한 위치에 있다. 제주도에서 그렇게 가까운 것도 아니고 완도나 목포에서도 멀다. 그래서 어머니는 가끔 어릴 때의 이야기를 하시면서 꼭 끝맺음을 이렇게 하시곤 한다. '난 섬에서 다시는 살기 싫다' 라고..

아마 섬이라는 공간적인 특성 때문에 물자와 사람의 왕래가 자유롭지 못하고 바람이라도 한번 부는 날에는 꼼짝없이 작은 공간에만 머물러 있어야 했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특별한 기억이 남아 있듯이, 어머니에게 고향, 추자도라는 공간은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자신의 꿈을 담아 두기에는 부족했던, 작고, 제약받던 공간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섬' 이라는 장소가 갖는 어떤 특별한 의미이자 공간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아마도 어머니의 영향이었을지, 난 섬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편이다. '섬' 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울렁거림을 느끼고, 결국엔 돌아가야 할 곳이 아닐까란 생각 마저 들곤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어머니의 고향인 그곳에도 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지난 2008년 여름에는 서해의 작은 섬인 '굴업도'에서 1달 반정도 생활을 했었다. 그 곳에서 지내면서 여러가지 체험도 하고 환경에 대한 활동도 병행하면서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었다.

외딴 서해섬, 굴업도에서 낙타 한달간 표류기 -1편-
외딴 서해섬, 굴업도에서 낙타 한달간 표류기 -2편-
굴업도에서의 생활은 내 삶에 어떤 특별한 전기가 마련된 시간이 되었다. 그 시간으로 인해서 결과적으로는 지금 대학원 입학을 앞두게 되었고,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 갔으며,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운 추억들이 남게 되었다.


어느새 작은 섬인 굴업도는 내 삶 속에서 지친 일상 속을 탈출할 수 있는 작은 비상구와 같은 의미가 되었다. 반복적인 일상과 그 안에서 숨죽이며 살아가는 동안 가끔씩 그 삶을 다시 엿보기도 하고 그 때의 사진들을 바라보면서 감상에 젖어 보기도 한다.

언제 보아도 가슴이 시원해지고, 도시 속에서 갑갑한 갈증이 풀리는것 같은 그 섬의 풍경.

그립다.
미치도록, 가슴에 사무치게 그 편안함이 그립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차디찬 도시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휴식을 위한 포근한 공간을 찾곤 한다. 마치 사막 속에서 오아시스를 구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그리움의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바로 지금의 삶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어떤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공간들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자연이 만들어내는 포근한 색깔들을 잃어가고 있는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당신들에게도 그것은 슬픈 일일테다.

그 많은 당신들은 지금 어디서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 삶은 마치 개개인이 작은 섬이 되어 가듯이, 마치 항구에서 선별적으로 소통을 주고 받듯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섬이라는 외부와 단절된 편안한 공간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복잡한 사회 속에서 스스로가 바다위의 섬처럼 고립되어 간다는 것은 지독한 패러독스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 되어 버렸다.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의 정체성이고 디지털 유목민의 치열한 삶 속에서 고갈되어 가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단절된 공간이라는 연상을 일으키는 섬 이라는 단어.

그 속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많은 이야기들이 생겨난다. 마치 우리들처럼...

그렇기에 우린 지금 시대에도 다시 한번 섬을 찾고, 섬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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